푸르러라, 청소년아 by better

재서가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학교 수련회를 다녀왔다.
2박 3일을 보내고 집에 오자마자, 자기가 수련회 동안 얼마나 멘탈이 붕괴되었는지,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 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았는데, 요약하자면 대충 다음과 같다.

- 중딩 남자애들의 머릿속엔 야동 같은 생각뿐이다. *.*
- 자기도 그런 얘기를 하며 웃기도 하지만 밤마다 남자애들 방에선 도를 넘는 얘기들이 오고갔다.
(필터링을 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하면 엄마가 기절할 것 같아서 한번 걸러서 얘기하는 것이다, 고 했는데, 도대체 뭘까? ㅋㅋ)
- 각자 좋아하는 여학생을 고백하는 = 진실게임을; 하며 여자애들을 끌어넣은 야한 얘기들을 늘어놓는데
- 만약 여학생들이 그런 얘기를 듣게 되었다면 수치심을 느낀다며 고소를 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 그렇지만 일부 여자애들은 팬티라고 할만한 정도의 핫팬츠를 입고 다니거나
- 밤에 남학생 방에 찾아와서 음료수 같은 것을 사달라며 귀여운 척(?!)을 하는 식으로 남자애들을 자극하기도 했다.
- 사흘동안 내내 함께 지내게 되어 반 아이들의 미처 몰랐던 적나라한 본성을 뚜렷이 보게 되었는데
- 나도 부족한 인간이지만 '사람이 아닌' 정도의 아이들이 많았다. @.@;
- 특히 주동이 된 j군은, 멀쩡한 얼굴 뒤에 어둡고 악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 같아서 흠칫 놀랄 정도였다.
(j군은 심하게 저질스러운 얘기를 많이 하는데, 재서는 자기가 그 아이를 때려눕히지 않기 위해 물을 마시며 주기도문을 외웠다고 했다. =.=)

재서의 얘기를 들으며 생각한 것은,

- 재서가 엄마에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다.
- 재서가 저속하고 난잡한 분위기를 분별해내고 거부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다.
- 예전에 <동정없는 세상/박현욱> 이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그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해 보고 싶은' 남학생의 고백(?), 심리를 좇아가는 이야기다. 작가가 사춘기 소년의 머릿속엔 그저 '한번 해 보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단정하고 있는 것이 우습고도 이해가 안 됐었는데, 재서 얘기를 들으니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해서 놀랍다. +.+
- 옛날에는 '얼굴보다는 마음' 이라거나 '물질보다는 정신' 같은 것에 가치를 두(는 척이라도 했)는데
요즘은 매스컴에서도 일차원적이고 형이하학적인 부분에만 촛점을 맞춘 이야기가 노골적으로 넘쳐나고 있으니 청소년들이 보고 배울 바가 없다.
- 이런 세상 속에서 재서가 좋은 친구를 사귀고, 본이 되는 선배를 만나며, 빛과 소금 같은 인간으로 자라도록 기도해야겠다.

모든 아이들이 밝고 푸르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뜬금없는 그림을 올리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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