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착한 사람, 남찬숙 작가 <받은 편지함> 외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나는 남찬숙 작가의 책을 모두 좋아한다.
가장 최근작인 <누구야, 너는?>은 작년에 읽었고, 그보다 훨씬 전에 읽었던 다른 책 세권은 최근에 모두 다시 읽었다.
장편동화 세 권을 줄줄이 이어서 읽고 느낀 점은,
1. 아마도 그녀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아파하는 사람을 잘 알아보고, 함께 아파할 줄 안다.
2. 하지만 누구를, 그게 동화 속 등장인물이라 해도 아프게 만들거나 비뚤어지게 만드는 건 힘들어하는 착하디 착한 작가다.
3. 구성은 평범하지만 조금쯤 특별한 상황을 만들어내 그 속에서 인물이 자연스럽게 갈등하게 만든다. (= 스토리텔링에 강하다.)
- <받은 편지함> :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에서부터 모든 형편이 마음에 안 든다. 우연히 좋아하는 동화작가와 메일을 주고받게 되었는데 평소 동경하는 친구의 이름을 거짓으로 빌려쓰고 그 뒤로는 거짓말을 멈추기 어려워진다. = 심리묘사가 중요한 작품인데 주인공 순남이의 심리와 갈등에 충분히 감정이입될 만큼 성공적이다. 하지만 혜민이와 끝까지 별 갈등없이 문제가 해결되어 (다행이면서도) 아쉽다.
- <안녕히 계세요> : 나는 엄마가 미혼모로 나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갈등도 있었지만 멘토라 할만한 이웃아저씨 덕분에 마음을 추스르는데, 그러다보니 엄마의 남자친구로 이 아저씨가 적당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 역시 모든 등장인물이 다 착하다. 엄마가 미혼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갈등이나 방황보다는 이해가 빠르고, 이웃엔 좋은 아저씨가 있어 필요한 도움을 주고, 새아버지도 장애인이지만 너무나 훌륭한 분이다.
- <가족사진> : 나는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예전에 결혼한 적이 있고 그때 낳은 딸=나의 언니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의 전남편=언니의 아버지가 돌아가셔 갑자기 언니가 우리 가족이 되는데... = 역시나 상황은 매우 복잡하고 나름 꼬여 있지만 인물들은 선한 마음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현경이는 졸지에 언니가 생기고 갑자기 집안에서도 외톨이에 심통쟁이가 돼버려 마음이 불편하다. 미선언니는 물론 가족들 모두에게 심통을 부려보지만 그래도 언니를 이해하게 되고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이 작품에선 아빠를 포함하여 친척들까지 참 좋으시고 훌륭한 분들이다. <안녕히 계세요>도 그렇고, 실제로 이런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남찬숙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만큼만 행동한다면 세상은 훨씬 아름다울텐데, 현실은 과연?

4. 그러고보니 가장 최근작인 <누구야, 너는?> 이 구성면에서는 확실히 세련되어졌고, 차가운 인물도 생겨났고, 강하진 않지만 반전도 서늘하다. 작가님이 독한 마음을 잡수고 쓰신 작품일까? ㅋㅋ

나도 동화를 쓸 때 인물이나 상황을 너무 강하고 쎄게 몰아붙이는 건 잘 못 하는 편인데,
그래서 늘 속으로 혼자 소심하게 고민만 하는 인물을 만들거나(= 일명, 생각쟁이 주인공. ㅉㅉ), 상황이 잔잔하게 흘러가다 밋밋하게 종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남찬숙 작가의 동화를 읽으면서 배운 것은 
= 기본상황을 워낙 어렵게 만들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문제가 살짝 한 바퀴 꼬이게 만들면(엄마랑 둘이 살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미혼녀였다, 전혀 몰랐는데 친언니가 있었고 갑자기 같이 살게 되었다...) 아무리 착한 주인공이라 해도 갈등의 폭이 커지고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진다 는 것이다.

남찬숙 작가의 책에는 모두 작가의 이메일 주소가 나와 있는데
'책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은 따뜻하고 좋은 분인 것 같아요.' 하는 메일 한 통 보내볼까 망설이고 있다. 단, 내 이름과 나이를 밝히기엔 좀 쑥스러우니 4학년 정도 되는 가상의 소녀 이름으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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