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크푸르트 일기 독일 / 2011

드디어 10주, 70일의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처음 여행을 계획하던 때에 남편과 나의 생각은, 8월 말이나 9월 초쯤 남편이 휴가를 내어 독일 동생네 집으로 와서 여행의 끝마무리를 함께 하고 같이 집에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는 날의 일정을 얼마나 살인적으로 잡아놓았는가 하면,
아침 8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드레스덴에서 프랑크푸르트로, 9시 반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뒤 우리끼리 하루 종일 프랑크푸르트를 둘러보고, 저녁 9시 비행기를 타고 집에 가는 것으로 모든 티켓을 (게다가 경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겠다고 프랑크푸르트에서 도쿄, 도쿄에서 세 시간 여를 기다렸다가 다시 비행기를 타고 인천에 도착하는, 미친 일정을! >.<) 확정해두었다.
그러나 결국 남편은 독일로 합류하지 못했고, 마지막 날의 임파서블한 미션은 재서와 둘이서 해결해야만 했다.

어쨌든, 아침 8시 4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5시부터 모두 일어나, 전날 밤 쪼매난 이쁜이가 준비해둔 닭계장!에 밥을 말아먹고 (으아, 이 시간에 닭계장에 밥을 말아먹으라고? 경악하는 나에게 오페라장은 묵직하게 말했다. '아무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집어넣으!' =.=) 엘리베이터가 없는 유럽의 주택 3층에서부터 쌀가마니만큼 무거운 가방 두 개를 들고 내려와 고요한 괴를릿츠 거리를 한 시간쯤 달려 드레스덴 공항으로 갔다.  
런던 히드로에서 독일로 떠나던 날, 루프트한자의 셀프티켓출력기(?) 앞에서 끙끙댔던 것과 달리 이번엔 오페라장의 도움으로 티켓 출력도 쉽게, 가방 부치는 일도 쉽고 확실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이날 드레스덴 공항에서 (지금 생각해도 휴.. 한숨이 쉬어지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가방을 부치는데 루프트한자 직원이 말하길, 내가 탈 8시 40분 비행기가 한 시간 늦어지게 되었다고, 혹시 갈아타야 할 다음 비행기 시간에 문제가 있으면 도와주겠다 했다.
어차피 프랑크푸르트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탈인 우리는 '오히려 땡큐'인 상황.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드레스덴 공항 지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동생네 부부에게 누나로서 좋으신 말씀도 해주고 ㅋㅋ 후딱 지나간 2주간의 만남을 아쉬워하며 한가하게 앉아 있다가, 그냥 재서와 둘이 출국 게이트 앞에서 쉬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동생네 부부와 안녕안녕, 아흑, 헤어지고는 천천히 윗층으로 올라가서 무심코 전광판을 봤는데,
어라? 분명히 한 시간 늦춰진다고 했던 8시 40분 내 비행기가 지금 보딩중이라고 불이 깜빡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그때가 8시 20분 쯤 되었으니 비행기에 타 앉아 있어도 될 만한 시간이었다.
아닐거야, 막상 가 보면 한 시간 늦어졌다고 할 거야, 하면서도 정신없이 달려가 메고 있던 베낭  세 개(나 두 개, 재서 하나)를 검사하고 (내가 환상적으로 완벽하게 가방을 싸두어 조그만한 티끌도 없어 금방 지나갔으니 망정이지, 지난번처럼 로션이라도 들어 있어서 이런저런 실랑이를 했더라면 우리는 비행기를 놓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으.) 영화 <Home Alone>의 가족처럼 티켓을 흔들며 미친듯이 달려가는데, 마침 우리 비행기의 게이트 닫는 사람 (= 비행기문과 연결 통로를 떼어내는 공항직원, 아마도..)이 나에게 늦었다고 손짓을 하며 걸어나오고, 내가 지금 제대로 게이트를 찾아온 건지, 이 비행기가 맞는지 확인할 틈도 없이 비행기에 펄떡 날아오르니 승객들 모두 자리에 앉아 우리를 쳐다보고 있고, 자리에 앉아 헉헉대며 안전벨트를 메는 순간 비행기가 출발했다.
벌렁거리는 심장을 손바닥으로 누르면서 허옇게 질린 얼굴로 재서에게 '우리, 비행기 놓칠 뻔했어. 웬일이야. 오, 주님의 은혜로...' 하는 얘기만 하고, 그러다 가끔은 '근데 이 비행기 프랑크푸르트 가는 거 맞지?' 하는 얘기 몇 번 하다 보니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역시 인생에는 어디에 어떤 함정이 숨어 있는지 모르는 일이니 끝까지 자만하지 말 것, 내 예상 속에서 계획하고 걱정하고 조바심내는 일은 필요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쨌든 그러저러하여 도착한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역시 독일 최고의 국제 공항답게 엄청 크고 화려했다.
하루 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돌아보기 위해 일단 가방을 맡겨두고 (코인으로 보관하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공항직원에게 물어봐도 없다고 해서 할수없이 사람에게 직접 맡기는 곳으로 갔더니 무조건 가방 하나당 4유로라고 했다. 우왓, 비싸다. $.$) 그제야 벤치에 앉아 동생이 꼼꼼하게 브리핑해준 프랑크푸르트 정보 = 전철 티켓 끊는 법, 가봐야 할 곳 등을 독일어로 써놓고 소리나는 대로 한글로 옮겨쓴 것을 보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도심 가운데에 위치한 편이라 다섯 구역 = 15분 정도만 가니 프랑크푸르트의 유일한(?) 관광거리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연결되어 있는 전철 S-8, 9호선을 타고 'Hauptwache 하우프트바케'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면 초현대적인 빌딩들 사이로 차가 다니지 않는 깨끗한 보도에 카페와 가로수가 늘어진 광장이 있고, 마인강 쪽으로 걸어가다 만나는 뢰머광장 거리, 조금 더 가서 드디어 만나는 마인강변,,, 정도가 프랑크푸르트의 볼거리 전부이다.
세계2차대전 때에 폭격을 맞아 구시가지가 거의 없어져 고층빌딩들이 가득하고, 요즘은 금융/경제 중심지로 프랑크푸르트보다 '뱅크푸르트'라 불리기까지 한다는 도시라서, 유럽의 정취를 느끼며 관광을 하기에는 2% 부족한 곳이기도 하다. 독일에서 프랑크푸르트만 보고 온 사람은 '독일은 볼 게 하나도 없더라..' 고까지 말한다고. (모르시는 말씀! 드레스덴, 괴를릿츠, 바우첸에 가 보세요~ #.#)
사실 프랑크푸르트에 대한 (위와 같은) 김빠지는 소개는 모두 오페라장에게서 들은 것인데 ㅋㅋ 그런 줄도 모르고 프랑크푸르트에서 한나절을 보내도록 계획을 잡아둔 우리는 지레 실망감을 안고 느적느적 걸어 뢰머광장으로 향했다.
그랬다가, 옴마나,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이국적이고 어여쁜 풍경에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
아니, 이렇게 이쁘고 멋있는데 외삼촌은 왜 프랑크푸르트 볼 거 하나도 없다 그랬대?! 재서와 나는 막 흥분하면서 뢰머광장을 돌아보고, 기념품 샵에도 들어가 구경하고, 독일 맥주보다 맛있는 '사과탄산주'도 마시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의 정확한 지명인 Frankfurt am Main 에도 들어가 있는 '마인강'을 보러 갔다.

템즈강, 세느강을 봤을 때에도 느꼈지만, 마인강을 보면서도 서울의 'Han River' 가 시원하고 아름다운 강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면서, 그래도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프랑크푸르트의 전경이(= 현대적인 고층빌딩 사이에 앙꼬처럼 콕 박혀있는 깜찍한 뢰머광장 거리..) 멋져서 사진도 열심히 찍으며 다시 뢰머광장 쪽으로 돌아나왔다.
아, 그랬더니 이제 프랑크푸르트에서 더이상 볼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흠, 역시... =.=



프랑크푸르트 성당에서는 일요일 예배를 드리고 있었고, 유명하다는 '괴테 생가'에는 괴테가 쓰던 만년필 등을 약간 전시해 놓은 것 뿐이라는 정보를 들었기에 밖에서만 한번 훑어봤고, 2층으로 된 커다란 크리스마스 가게가 있어 한참을 구경하긴 했지만 손바닥에 올라갈 만한 조그만 장식품 하나도 엄청나게 비싸 사지는 못하고 그냥 나왔다. 뢰머 광장을 계속 뱅뱅 돌다가 -.-; 결국 '하우프트바케' 역 근처의 파라솔 아래에 앉아 쉬기로 하고 돌아왔지만 그제야 출근하신 왼갖 노숙자와 걸인, 구걸하는 사람, 완전히 풀린 동공을 하고 멍하니 바라보며 휘청휘청 다가오는 사람,,, 들이 너무 많아 결국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쭉 살다가 이번에 괴를릿츠로 입성한 오페라장이, 프랑크푸르트 거리의 이상한(?) 사람들을 안 보게 되어 너무 좋다 한 말이 무슨 말인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공항으로 가는 전철표를 끊으려고 자동판매기 앞에 서 있을 때에도 진한 냄새를 풍기는! 남자가 도와주겠다며 접근했지만 '프랑크푸르트 총정리 쪽지'를 가진 우리가 척척 자판기를 눌러대자 슬그머니 다른 곳으로 갔다.
우와, 괴를릿츠에서 평화로운 2주일을 보내다가 프랑크푸르트에 와보니 여기는 역시 많은 것이 혼란스럽게 섞여 있는 국제도시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전철을 타고 공항으로 가 남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